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
2022년 4월 4일 초안 작성
개요
최근 다소 독립적인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줄어들어 일 하기는 편해졌지만 반면 너무 독립적이다 보니 성과측정이나 동기부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시간은 많아졌지만 시간이 많다고 항상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건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과물이 좋지 않을 때 시간 부족을 핑계로 대는데, 시간은 원래 부족합니다. 한 달을 줘도 부족하고, 일 년을 줘도 부족한 게 시간이죠. 중요한 건 시간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입니다. 게다가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시간에 따른 업무 성과가 비례하지도 않습니다. 어떤 사람이 100시간 동안 한 일을 어떤 사람은 1시간 만에 끝내기도 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벽돌을 A지점에서 B지점으로 나르는 단순 노동이 아닙니다. 심지어 단순 노동 조차도 어떤 사람은 덤프 트럭을 갖고 와서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깨쳐야 할 것은 덤프트럭을 어떻게 가져오느냐는 거겠죠.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수 있을까요? 몇 가지 제가 실천 중인 팁을 소개해봅니다.
원칙
1. 즐겁게 일합니다.
워라밸이 아니라 워라인(Work-Life Integration)이 필요합니다. 일은 우리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빨리 일을 끝내고 개인 시간을 갖겠다는 자세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즐기고, 인생의 한 부분으로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한다는 마음가짐이나 욜로(YOLO) 같은 자세는 매우 위험합니다. 고령화 사회에서 우리는 앞으로 40년 이상 꾸준히 일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 기간을 행복하게 보내려면 무엇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2. 목표를 세분화 하여 단기간에 처리합니다.
업무의 호흡이 너무 길면 성과가 보이지 않고 쉽게 지칩니다. 최종 목표를 기준으로 업무를 여러 개의 작은 목표로 나누고 또 이를 세분화 하여 여러 개의 태스크로 나눕니다. 태스크는 적어도 하루에 한 개 정도는 끝낼 수 있도록 하여 매일매일 완료하는 기쁨을 누리도록 합니다. 꾸준히 동기부여를 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3. 코어 타임을 설정합니다.
주요 업무가 연구개발이다 보니 몰입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시간에는 논문을 보거나 코딩을 하며 오로지 연구개발에 관련된 일만 합니다. 페이스북은 물론, 인터넷을 하거나 메신저도 보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일에 집중하는 시간대가 다르겠지만 저는 점심 이전까지 오전 시간대를 코어 타임으로 정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 시간에 연락하지 말라고 얘기하지는 않습니다. 가끔 보면 메신저에 ‘11:00 ~ 16:00 코어 타임 메시지 금지’ 이런식으로 공지해두는 사람이 있는데, 회사는 혼자서 일하는 곳이 아닙니다. 오전에도 나를 찾는 핸드폰 알림이 울리면 한 번쯤은 화면을 쳐다봅니다. 긴급한 요청은 바로 응답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급적 독립적인 업무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재택근무 시에도 이 시간에는 침실과 분리된 독립적인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주로 서재로 이동하거나 아예 집 밖으로 나가기도 합니다. 일할 장소를 정해 아침에 산책 겸 걸어가면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노트북 어댑터는 챙기지 않습니다. 배터리가 닳을 때까지만 일하고 그 시간이 지나면 코어 타임을 종료합니다.
4. 오후에는 커뮤니케이션 등 다른 업무를 병행합니다.
그렇다면 하루 종일 몰입해서 일하면 더 좋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람은 기계와 달리 하루 종일 몰입할 수 없습니다.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하루 종일 몰입한다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죠. 오히려 페이스북을 조금씩 하거나 뉴스나 책을 읽고, 메신저로 커뮤니케이션하고 때로는 세미나에 참여하면서 업무를 자주 전환해야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옵니다. 그는 하루에 4시간만 글을 쓴다고 하죠. 하루 종일 글을 쓴다고 좋은 글이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시간을 정해서 집중할 때 훨씬 더 좋은 글이 나옵니다. 개발도 비슷합니다. 하루 종일 코딩한다고 좋은 코드가 나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시간을 정해서 집중할 때 훨씬 더 좋은 코드가 나옵니다. 개발이 아니라 기획 문서 작성 같은 다른 업무도 비슷합니다.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고 좋은 기획이 나오는 게 아니죠. 시간을 정해 집중할 때 훨씬 더 좋은 기획이 나옵니다. 물론 대부분의 해커 출신들이 그렇듯 저도 예전에는 밤 시간대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업무와 관련해서는 오전을 활용하는 형태로 습관을 바꾸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오전에 집중해서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하고 나면 시간을 관리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침형 인간』을 보면 12시 전에 하루의 모든 업무를 끝낸다는 느낌으로 하라고 조언합니다. 오후에는 한결 더 편하게 다른 업무에 임할 수 있죠. 오후에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업무나 회의, 다른 사람들의 코드를 리뷰해주거나 기술적인 조언을 해주기도 합니다.
5. 꾸준히 합니다.
일을 잘 하는데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현명함과 성실함. 현명함이 방향이라면 성실함은 속력이죠. 현명함은 쉽게 높이기 어렵습니다. 반면 성실함은 언제든 바로 실행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현명함 또한 꾸준한 성실함에서 비롯됩니다. 지금까지 수 많은 현명한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꾸준함이 뒷받침되지 않은 경우는 한 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제 경우에는 주말에도 쉬지 않고 오전 코어 타임을 유지합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계속해서 오전에 일을 하는 것인데, 굳이 왜 이렇게 하냐고 묻는다면 흐트러짐 없이 꾸준함을 유지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또한 일이 즐겁기 때문입니다. 굳이 주말에도 회사에 충성하는 거냐고 묻는다면, 자신을 위해 일하고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일 하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함께 일하는 동료를 위해 일합니다. 당신 곁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커리어를 이어가는 내내 어디선가 다시 만날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당장 창업을 할게 아니라면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회사에 충성하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의 성장을 위해, 함께 일하는 동료를 위해 하는 일이라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