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이폰

5년간 사용해오던 블랙베리를 마지막으로, 다시 아이폰으로 돌아왔다.

2022년 4월 25일 초안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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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사용해오던 블랙베리를 마지막으로, 다시 아이폰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블랙베리를 사용할 일은 없을 것 같고, 아마 블랙베리의 운명도 여기까지가 마지막일 듯싶다. 오래간만에 최신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나니 삶의 질이 달라졌음을 깨닫는다. 어느덧 스마트폰 생태계는 더욱 발전했고, 이제 좋은 스마트폰은 사치재가 아니라 필수재에 더 가까운 영역으로 들어왔음을 느낀다. 맥북-아이패드-아이폰으로 이어지는 애플 패밀리를 완성하고 나니 이렇게 해야만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앱들을 다시 만나게 된 점도 너무 반갑다. 그중에서 최고의 앱 2가지를 추천해본다.

1. Things - Cultured Code

나는 Things를 2008년 첫 번째 버전을 시작으로 최신 버전 3까지 계속 구매해온 충성 고객이다. 아이폰에서 안드로이드로 건너갈 때 주저했던 것도 Things 때문이었는데, 이 친구들은 윈도우는커녕 안드로이드 버전도 끝까지 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안드로이드에서는 Microsoft To Do 같은 앱(과거 Wunderlist)과 병행해야 했는데, 매우 불편했다. 마지막까지 To Do로 넘어가진 못했고 병행하면서 버텼다. 아이폰으로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한 일도 Things를 설치한 일이었다. 거의 15년간 매 업데이트마다 결제해서 사용해오고 있으며 여전히 최고의 GTD 앱이자 아이폰에서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필수 앱, 내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함께 하는 앱이다.

2. Bear - Shiny Frog

Evernote에서 시작된 ‘뇌수의 분실’은 최근 Notion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꾸준히 글 쓰기를 하는 내게 Notion의 블럭 단위 편집은 적절한 기술은 아니다. 실제로 긴 글을 써보면 속도도 느리고 불편한 점이 많아서 글 쓰기 플랫폼으로는 낙제점에 가깝다. 완성도 높은 동기화 외에도 Evernote를 대체하려면 글 쓰기에 좋은 환경을 함께 제공해야 하는데 이 둘을 완벽하게 제공하는 앱은 흔치 않다. 그런데 Bear는 Markdown을 중심으로 하는 매우 훌륭한 글 쓰기 환경을 제공한다. Evernote의 불완전한 편집 기능이나 Notion의 느리고 불편한 블럭 단위 편집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동기화도 문제없다. 물론 이를 위해 매 년 결제해야 하지만 비용은 Evernote의 1/3에 불과하다. 좋은 도구는 습관을 바꾼다. Notion을 이용할 때는 불편해서 글을 거의 쓰지 않고 저장소 용도로만 활용했는데, Bear로 바꾸자마자 다시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이 글 또한 Bear에서 Markdown으로 먼저 작성한 다음, 이렇게 올리고 있다. 이 제품도 Things와 마찬가지로 윈도우, 안드로이드는 지원할 생각이 없다. 그래서 안드로이드에서 사용하지 못했고, 아이폰으로 건너오자마자 바로 유료 구독을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글 쓰기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이 두 앱의 공통된 특징이 있는데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개발한 앱이라는 점이다. 대규모 웹 서비스가 중심인 미국 회사와 달리 유럽은 아직도 데스크탑 앱이 중심인 소규모 공방 같은 회사가 꽤 된다. Things, Bear가 대표적이고, LaunchBar 같은 제품도 그렇다. 이 제품은 오스트리아에서 개발됐고 30년 가까이 꾸준히 개발될 정도다. Things도 내가 첫 번째 버전을 구매한 게 벌써 15년쯤 됐고, Bear도 7년이 넘는다. 1년이 머다 하고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IT 업계에서 한결같은 꾸준함을 보여주는 유럽산 제품들은 그야말로 장인 정신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앞으로 Things, Bear가 얼마나 더 지속될진 모르겠지만 지금처럼만 장인 정신을 발휘해준다면 계속해서 구매할 것이다. 이미 15년, 7년을 함께 해왔다. 이 인연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나 또한 기대가 크다.

is a collection of Papers I have writ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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